[천자칼럼] 노담 사피엔스

입력 2024-04-18 17:45   수정 2024-04-19 00:12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금연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부탄이다. 2004년부터 자국 내 담배 판매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정히 피우고 싶으면 비싼 관세를 물고 수입해야 한다. 경찰에 불법 담배를 적발하기 위한 가택 수색 권한도 있다. 접경 인도에서 3000원 정도의 씹는담배를 갖고 들어오다 적발돼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부탄은 인구 78만 명으로 통제가 쉬운 나라다. 일반적인 국가의 골격을 갖춘 나라 중 끽연가에게 가장 피곤한 곳은 멕시코다. 지난해부터 공원, 해변을 포함한 모든 공공장소에서 금연에 들어갔다. 위반 시 월 최저임금 절반 수준의 벌금이나 최대 36시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담배 광고는 물론 상점 내 담배 진열도 못 하게 했더니, 월마트 등 유통업체들이 소비자 권익 침해라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세계 각국의 담배와의 전쟁은 이제 담배 없는 세대, ‘노담 사피엔스’를 지향하고 있다. 영국이 2009년 이후 출생자부터 담배 판매를 영구 금지하는 법안을 1차 통과시켰다. 이들은 성인이 되는 2027년 이후에도 평생 담배를 살 수 없다. 이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영국은 2070년쯤에는 60세 이상 노인층만 담배 구입이 가능한 ‘담배 청정국’이 된다. 리시 수낵 총리는 “흡연자 5명 중 4명이 20세 이전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다”며 “애초에 습관을 들이지 말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담배 없는 세상이 쉬운 일은 아니다. 영국 법안의 벤치마킹 모델인 뉴질랜드는 2022년 영구 금연법을 통과시켰다가 시행도 못 하고 1년 만인 지난해 폐기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세수 부족을 이유로 후퇴한 것이다. 두 나라 법안 모두 궐련에만 적용될 뿐 전자담배는 예외라는 한계도 있다.

그럼에도 이런 노력이 폄하돼선 안 된다. 뉴질랜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인 8%의 흡연율을 5%로 낮추겠다는 목표는 접지 않았다. 캐나다 역시 10%의 흡연율을 5%로 줄이겠다며 담배 한 개비마다 경고 문구를 표시하고 있다. 한국 흡연율은 뉴질랜드보다 두 배나 높은 17.7%(2022년)다. 담배와의 전쟁에서 더 분발해야 할 이유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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